<18일 저녁 11시> 우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싯고 잠에 들었다..
얼마나 잠을 잤는지도 모르게 재희가 불편하다면서 화장실을 계속 왔다갔다 한다. 나는 계속 누워서 “괜찮아?”라고 되묻기만 하다가 갑자기 그녀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어떤게 가진통이고 어떤게 출산의 정황인지 알수 없었고, 이런저런 증상들이 나타날때 그녀가 갑자기 병원에 가자고 한다… 아직 12월 15일이 27일여 남은 그때…
재희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출산준비물 캐리어가방과 혹시 몰라 카메라등을 챙기고 시동을 걸어 병원으로 달려갔다. 날씨가 정말 추웠고 재희는 배에서 나는 통증때문에 걸음걸이도 더디기만 해서 매서운 바람을 그데로 맞으며 병원 인터폰을 누른다.
< 2시 30분 >
병원 2층에 있는 분만실 당직실의 인터폰을 눌러 재희는 일단 분만실 안쪽으로 검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나는 밖에서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것도 알수가 없었다. “아.. 이럴줄 알았으면 핸드폰이라도 재희한테 건네줄껄..” 그녀의 소지품을 내가 전부 가지고 있다보니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 후 안에서 간호사 한분이 나와 나에게 이것저것 싸인을 할 것을 요구한다..
“양수가 터져서 애기를 분만 하셔야 되구요, 몇가지 사항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 병원앞 차에서 내려 병원쪽으로 걸어갈 때 재희가 축축하게 젖었다는 것이 양수였구나.. 난 갑자기 뭔가 아무것도 준비도 안되었는데 뭔가를 내놓아야 할것 처럼 막막하기만 했다. 간호사분께서 입원을 위해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시고 싸인을 하라 하시는데 일단 무조껀 싸인!!!
“보호자 분께서 신발을 갈아신고 안쪽으로 들어오세요..”
분만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재희는 이미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걱정 후에 보는 환자복 입은 재희의 모습을 보니 울컥하기도 했지만 편안해 보이는 그녀 모습에 일단 안도가 된다.
“일단 입원을 하시구요, 아침 6시에 분만준비를 해서 애기 낳으시죠.”
간호사분의 얘기를 듣고 쉬고 있던 차, 당직 의사선생님께서 오셔서 내진을 해 보시더니 4cm란다!!
간호사 생각보다, 나의 추측보다 이미 진행의 속도가 빨랐다.
가족분만을 선택을 하고 가족분만실로 이동, 진통과의 싸움이 시작 되었다.
가족분만실로 이동해서 처음 찍은 사진이다. ^^ 사진기를 챙겨 갔지만 경황이 없어 당장 사진찍을 여유가 생기지 않다가 이제 카메라를 꺼내 출산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잠깐 괜찮다가 다시 진통이 오고 간호사분께서 공운동을 하라 하시면서 체조볼을 주고 가셨다. 재희는 공위에 앉고 나는 그 뒤에서 재희의 허리쪽을 열심히 마사지 해주었다. 그렇게 운동을 하면서 어느덧 4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병원에 도착한지 2시간 정도가 지나고 이제 더 이상은 통증을 참아가며 운동을 할 수가 없어 침대위로 누웠다..
밀려오는 통증.. 간호사가 보더니 머리카락이 2cm정도 보인다고 한다. 간호사 왈.. “이정도 진행 속도면 5시 정도에 아기 나오겠어요.. -0-;;; ”
27일이나 먼저 태어나는 애기다 보니 2주전 마지막 진찰때 2.2kg 정도에 불과 했었다. 간호사 분도 아기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큰 병원으로 이동해서 건강 상태를 확인 해야 한다고 이미 경고를 했고… 하지만 분만이 계속 진행되면서 보이는 애기 심박수는 건강함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보통 애기 낳으면서 심박수가 떨어지곤 하는데 우리는 그런 상황을 다행이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아서 천만 다행..
나는 옆에서 라마즈 수업때 배운 호흡법을 간호사 선생님과 같이 따라해 주면서 그녀와 호흡을 맞췄다..
습…. 후…. 습…. 후… 습! <숨참고 끙!!> 하나.두울..세엣..네엣…다섯..여섯..일곱..여덜..아홉… <내쉬고...> 후…. 다시 한번 몰아쉬고 습! <숨참고 끙!>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다섯 여섯 일곱 여덜 아홉 <내쉬고...> 후….
라마즈 수업때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내용인데 수업 당일만 해도 당췌 이게 뭔소린지 어떻게 하라는건지 알수가 없었음. 그래도 미리 그런게 있다는걸 알고 분만실에 들어가니 그녀도 곧 잘 따라서 최선을 다해 힘을 주고 있었다.
여담1: 중간에 하나..두울.. 하면서 나도 같이 힘을 줬는데 9까지는 숨을 못참고 중간에 박자를 놓쳐버렸다. ㅋㅋ (재희는 아프고 정신 없어서 눈치 못챈듯..)
여담2: 재희는 힘주면서 이 상하지 않으려고 이를 꽉깨물진 않은상태로 힘주기를 했다고 한다. 대단..!
<5시 10분>
애기 머리가 거진다 보이면서 담당의사 선생님과 각종 장비들이 병실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탯줄을 자르기 위해 고무장갑을 껴서 더이상 아무것도 만지면 안되기에 사진은 더이상 찍을 수 없었다. 그녀의 마지막 힘주기가 한두번 더 있고나서 영차~! 드디어 세상 밖으로 우리 아기가 나왔다.
<5시 16분>
“지금시간 5시 16분 입니다” 그리니치 천문대 표준시간기준 +9 GMT Hour 인지는 모르겠지만 벽에 걸린 디지털 시계는 5시16분이라는 글자가 벌겋게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가위를 잡고 애기쪽, 태반쪽 각각 집어놓은 겸자 사이로 가위를 가져가 탯줄을 잘랐다.. 그렇게 사랑이는 세상에서의 홀로 서기를 시작 한다..
다행이도 사랑이는 우렁차게 울음을 울어주었다..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ㅠ_ㅠ 혹시나 몸이 건강하지 못해 울지 않을까봐 내심 걱정도 했는데 너무나도 잘 울어주었다. 고맙다 사랑아..
또다른 간호사분께서는 사랑이 몸을 비비며 몸속에 있는 양수를 빼내 주셨다. 중간에 울지 않으면 발바닥을 손가락을 튕겨서 더 울게끔 한다음에 계속 빼내고.. 어느정도 정리를 하고 체중을 재보았다.
이렇게 원활한 분만이 끝나고 나서 사랑이는 미숙아다 보니 온도조절 및 산소공급이 가능한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다..

한바탕 정신없이 출산이 진행되고난 후 조용해진 가족분만실..

수고한 우리 산모님!!! 짝짝짝 ^_^ (나중에 이 모습을 서미덕 선새님께서 보시더니 애기낳은 산모가 이렇게 곱고 밝을 수가 있냐고.. ㅋㅋ

대략3시간 정도 휴식과 건강검진이 마쳐지고 입원실로 올라가기 전.. 병원에서 준비해준 초와 내가 쓴 편지를 읽어주는 시간.. “사랑하는 나의 아내 재희에게…” 로 시작함..
<19일 아침 10시>
가족분만실 밖 분만 대기실에는 새벽의 차분함을 찾아볼 수 없을정도로 산모와 보호자 여러명의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그들의 분만 준비하고 있었다. 새벽에 낳은것이 좋았던게 의사와 간호사 모두가 재희를 위해서 움직여서 꼼꼼하고 차분한상태에서 출산을 할 수 있었다는것. ^^
그렇게 입원실로 올라와 누워서 쉬고 있다가 애기를 올려보내줄 것을 요청 했다.
그런데 신생아실로 부터 올려줄수 없다는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갑자기 엄습해 오는 불안감. 엄마와 아빠 마음이 너무 불안한 나머지 신생아실로 찾아가 면회를 요청 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사랑이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만 눈물을 주르륵 흘려 버렸다. 엄마는 자기 때문에 너무 빨리 세상에 나와 미처 다 크지도 못하게 된것 같다는 미안함 때문에 차마 더 애기를 보고 있을 수 가 없었다……….
애기가 많이 아픈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행이 그날 저녁에 처음 모유 수유를 위해서 아주 잠~~깐 병실로 아기를 데려와 주셨다.. 너무나도 작은 나의 아기… 어디가 아픈건지 계속 끙..끙… 거리면서 처음 모녀가 따뜻하게 상봉했다..
사랑아 엄마 젖 많이 먹고 건강하게 자라다오.!
2008년 11월 19일
우리를 더욱 가족으로 만들어 주는 뜻깊은 날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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