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 토실토실 :: 2009/09/29 11:43
/이야기
남들은 삶은 밤을 뚝 잘라 티스푼으로 떠먹는다지만,
나는 늘 잘 까진 토실토실한 밤알을 손으로 집어 먹곤 했다.
가을이 되면 엄마는 종종 거실에 앉아 삶은 밤을 까주시곤 하셨다.
하나가 생길라면 내가 집어먹고 또 하나가 생길라면 오빠가 집어먹고...
그릇에 밤알들이 차여질 시간없이 밥껍질을 까는 엄마의 손은 바삐 움직이기만 할뿐...
얼마전 엄마가 집에 오면서 드럼통 한 가득 밤을 주고 가셨다.
이제는 옆에 앉아 한알한알 까주진 못하시지만
밤나무 아래서 아들딸 먹일 밤알을 하나하나 모으셨던 것...
그것도 벌레먹은 것은 본인이 다 가져가시고
하나하나 흙묻은거 털어내며 어여쁘게 생긴 밤알만 주시고 가시던 것...
이제는 내가 삶아진 밤을 하나하나 칼로 껍질을 벗겨 내면서
당신보다 당신의 딸아이 아들래미 입안에 넣어주느라 온전한 밤한알 드시지 못한 그분 입속에
토실토실한 밤알 한개를 넣어드렸으면...
Trackback Address :: http://www.foxwolf.net/jaehee/trackback/1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