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 2005/09/12 09:02

어제 꿈에 피아노 치는 여인을 보았다.

피아노 위에서 손가락이 구르듯

음악에 맞춰서 흔들리는 그녀의 어깨가

너무도 가슴 아리듯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부러웠다.


어릴 적 내게 있어 피아노란 부유의 상징이었다.

나는 여느 계집아이가 그렇듯이 피아노를 가지고 싶어하던 꼬마였다.

욕심이 많던 나는 피아노 학원을 졸라서 다니면서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 엄마 나도 피아노 사줘 "

" 엄마가 지금은 좀 사주기 그렇고 나중에 사줄께"

"그럼 언제? 3학년? 5학년?"

그렇게 물어대는 내게 엄마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피아노를 사주시겠다던

약속을 해주셨다..

그 때 내 나이 8살 박이 꼬마..

그러나 집앞 마루에 앉아서 엄마와 그 약속을 하던 장면이 왜 그리 기억에 남는지

정말 어린 마음에 피아노가 가지고 싶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피아노를 사주시겠다고 약속하는 엄마의 슬픈 눈이 기억에 남아서인지

나는 그때의 대화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몇년이 흐르고 나는 교복을 입을 만큼 큰 아이가 되었다.

어릴 적 조금 피아노를 배운 것 밖에 없는 내게

엄마는 어느 날 피아노를 사주시겠다며

피아노 가게에 데리고 가셨다.

엄마도 아마 아셨을 것이다

내게 피아노를 사주셔도 내가 피아노를 못 치리라는 것을...

그러나 엄마는 비싼 값을 치루고 예쁜 피아노 한대를 내 방에 놓아 주셨다.

난 그 피아노를 치기 위해서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다시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잘 쳐서 피아노를 산 것이 아니라

나는 피아노가 있어서 피아노를 치고 싶었다.

엄마는 꼬마 때 한 그 약속을 잊지 않고 계셨던 것이다.

본인이 그렇게 사랑하는 딸아이가

그리도 가지고 싶다고 말한 그 피아노를 늦게 나마 사주시고 싶으셨던게다.



내 나이 스물 다섯해

어쩌면 내가 결혼에 대해 아직도 자신이 없고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은

나는 아직 나의 어머니처럼 사랑을 가지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내 아이를 사랑할..

나 아닌 다른 이를 더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

나는 아직 겁만은 꼬마아이로 살고 싶어 하는가 보다.

...

Trackback Address :: http://www.foxwolf.net/jaehee/trackback/111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 PREV | 1| ... 55|56|57|58|59|60|61|62|63| ... 169| NEXT >